출장길에 다녀온 고향마을 ( 2011년 추수 무렵 )
1박2일 동안 출장을 가면서 여러군데 여러사람을 만났지만
특별히 고향마을의 가을 풍경을 소개하고자 한다.
노인당을 뒤로 하고 피어 있는 메밀 꽃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그래도 쉽게 볼 수 없는 꽃이며 오랜만에 보는 메밀꽃이다.
동네 어귀의 은행나무
사람 많은 옛날에는 저거 남아나지 않았을텐데
동네에 사람이 없어서인지 먹을 게 많아서 인지 그대로 있다.
동네앞 들의 모습
일부는 수확하고 나머지는 수확대기 중 ( 지금부터 2주안에 수확이 완료 될 듯 .)
아버지는 동네 일 행정경험으로 이 동네 사람들이 농사짓는 면적이 2,200마지기 ( 44만평)라고 하신다.
이 정도 면적은 기계화가 잘된 요즘 젊은 사람 5~6명이
농사 짓기에 충분할 면적이라고 말씀하신다. 헐~
하지만 어쩌겠는가 ? 젊은 사람이 없는 걸...
현실적으로 계산해보면 농촌에 적은 농사 지으면서 농촌에 사는게 전혀 맞지 않다.
쌀값은 계속 제자리 걸음이거나 하락,
비료 & 농약값은 계속 상승
농기계 사용에 들어가는 기름값도 상승
그리고 농기계 사용료 상승
소를 키운다고 해도 사료값은 상승하는데 소값은 계속 하락
그외 농산물도 이에 비해 크게 다를 바는 없다.
거기에 대통령은 미국과 FTA를 추진하여 농민들 어려움에 대한 대책없이
미국산 농산품에 대한 무관세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소고기의 경우 현재 40%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관세가 빠지면 가격은 더 낮아질 수 있는 구조다.
힘없는 사람들이 정말 무한경쟁으로 가는 건가?
정말 업친데 덮친다는 격으로 매몰차게 몰아붙이고 있다.
우리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에게 고난의 파도가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배운 게 많지 않고 그저 순수함으로 땀 흘려 한 평생을 열심히 사신분들인데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도 순박한 노인분들이 5 ~ 10마지기씩 농사 지어 도시에 나가 있는 자녀들에게
그 작은 면적에서 나오는 농산물을 올려 보내고 싶은 마음을 보면서
세상 사람 다 그렇게 당신들을 배신해도 자식들은 챙기는구나...
우리의 시대 마지막까지 버텨줄 막강하고 끈끈한 정인 것 같다.
보라 저 들판이 평생을 통해 그것을 그들에게 가르쳤을 것이다.
저 멀리 태청산 (영광/장성의경계)에 너머에서 아침 햇살이 떠오르려고 한다.
분명 서광의 빛일 것이다.
자녀 세대에서는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하고
더 행복하게 잘 살게 되기를 바라는...
가지런히 정리된 볏짚들
가을걷이 때 낫을 들고 초등학교로 등교하여
오늘은 이 마을 내일은 저 마을 돌아다니며 수확을 도와 주던 때가 떠오른다.
요즘은 농사짓는 방법이 정말 많이 바뀌었네...
이 정도 6마지기 면적은 컴바인으로 한 시간이면 훑고 지나간 후 가마니에 나락이 담아져 나온다.
그땐 수십명이 오전/오후 내내 또 몇 일씩 땀 흘려가며
벼베기-모아묶기-한곳에 모으기 - 탈곡기로 탈곡 - 볏집정리 절차로 일했었는데...
황금색 나락 - 보기엔 풍년으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올해 수확량이 조금 떨어진다고 한다.
잦은 비로 인해 알맹이가 조금 덜 영근 듯...
품종개량으로 나락 키를 작게 하고 알맹이는 많이 열리게 했다고 한다.
물안개 낀 동네 앞 냇가 - 전남/전북의 경계를 이룬다.
이 하천은 와탄천이라고 불리고 영광군 대마면 남산 저수지에서 시작하여 법성포 해안으로 흘러 내려간다.
어린 시절 여름에 하루 종일 거기에서 놀면서 멱도 감고 재첩 & 다슬기도 잡고 물고기도 잡던 곳인데...
갈 곳이 없던 시절이라 그 때는 이 곳이 종합 Entertainment를 하던 곳이었다.
요즘 애들은 게임기, TV, 수영장, 놀이 공원, 스키장 등등 정말 폼나게 살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환경오염이 어쩌고 어쩌고 ...
들어갈 애들도 없지만 있어도 아무도 안들어 간다.
물안개가 분위기를 살려주네...데이트 코스로 손색이 없겠네...
탐스러운 배추
배추농사 다들 잘 되었다고 한다.
농촌 사람들도 한 몫 잡아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올해 고추가 잦은 비로 인해 탄저병이 전국적으로 퍼져 가격이 작년에 비해 약 3배 정도 폭등을 했다.
내년에 밭때기라도 있는 분들 모두 고추 심어 가격 폭락이 예상된다.
작년에 배추 파동이 일어 올해 배추를 많이 심었듯 말이다.
올 해 배추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무도 잘 되었네...
어렸을 때 쮸시라고 불렀는데 서울에 와서 보니 표준말은 수수란다.
알이 잘 영글어 고개를 숙인 모습이 가을맛을 물씬 풍기게 한다.
어렸을때 쮸시대 묶어 원형으로 가두고 그 안에 고구마 잔뜩 저장해 놓고
겨울에 간식 또는 주식으로 하나씩 꺼내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겨울에 아궁이에 화롯불에 구워먹던 생각에 요즘은 식당에서 그런 걸 서비스하기도 한다.
왜 ? 추억은 나이든 사람들의 전유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