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 몇 살 때 친구들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어
아들들이 커가는 요즘 다시 한번 도전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린 서울 근교에 있는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불암산 등
비교적 작은 산들은 몇 차례씩 다녔으니
좀 더 기억에 남을 만한 산을 찾던 중 그래도 지리산이 얼른 떠오른다.
마침 애들도 그렇게 꺼려하는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작은 산에 갈 때마다 미리 언질을 주었고
또 Nintendo라는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살살 달래놨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에서 지리산까지 거리가 멀고
또 교통여건도 쉽지 않아서 새벽 3시반쯤에 집에서 출발키로 한다.
전날 저녁때 출발하는 것은 고속도로 위에서
시간을 다 허비하고 왕복 산행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날 일찍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애들을 깨운다.
물론 애들은 힘들어하지만 애들을 자동차 안으로 옮겨 놓기만 하면 된다.
새벽 3시반쯤 집을 나선다. 도로에 차가 없어서 너무 좋다.
과속할 필요도 없이 정속모드로 운행을 한다.
언제나 느끼지만 새벽운행은 차가 없어 너무 좋다.
애들은 출발한지 10분 이내에 잠이 들고
아침 6시 조금 넘어 지리산 부근에 도착했을 때
애들을 다시 깨워 해가 떠오르는 모습도 보여주고 또 게임기도 할 수 있게 해준다.
닌텐도 게임기는 마법의 기계처럼 애들을
이렇게 저렇게 움직이기에 적합한 기구인 것 같다.
매일/매시 하지 않도록 통제만 잘해 준다면..
●잠시 후 진주 부근을 지나 지리산주차장 (중산리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다행히 날씨가 맑다.
아침도 되고 하였으니 아침밥을 먹으로 간다.
김치찌개 맛이 어찌나 꿀맛이던지
밥을 두 그릇정도 먹는 솜씨를 보인다.
헐~ 산에 올라 갈 사람이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 아무튼 맛이 좋았다.
산악용 김밥을 사서 배낭에 넣고 법계사로 갈 수 있는
자연학습장행 버스에 올라탔다.
10분정도 지나자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한다.
드디어 등반 시작이다.
- 중산리 탐방지원쎈타 -
● 처음엔 산길이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다.
재경이는 뭐라뭐라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아직 기운이 있어서 일 꺼다.
골자기와 능선을 몇 번 오르락 내리락하니 이제 기운이 다 빠진다.
큰 일이다 아직 절반도 오지 못했는데 이렇게 해서 언제 저 꼭대기까지 간단 말인가?
광주 기아자동차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한 100명쯤이 무더기로 올라온다.
아마 이 사람들도 새벽에 출발 한 듯 하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왠지 이웃사촌과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마치 해외도중에 한국사람을 만나면 그 누구라도 반갑고 친근감을 느끼듯 또 고향사람을 오랜만에 만난 듯…
그리고 남녀노소도 가리지 않는다.
다리가 주저앉을 듯하지만
쉬엄쉬엄 정상을 향해 한발씩 내 딛는다.
몸이 힘들지만 설정한 목표가 있기에
앞으로 전진하는 건 우리의 인생과 항상 비교되는 부분이고
난 내심 이런 것을 애들에게 몸으로 느끼게 해 주고자 하는 게
애들을 데리고 산에 오르는 목표 중에 하나이다.
이 부분 애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
힘겹게 오르고 올라 로타리산장에 도착하여 시원한 자연 약수물 맛을본다.
법계사는 둘러보지 않기로 한다.
여유시간이 없거니와 몸이 많이 지친 상태라서..
● 애들을 앞에 내세우고 난 뒤에서 보조하는 형식으로 계속 오른다.
못 올라가면 뒤에서 밀어주고 힘들면 쉬어간다.
준비해간 과일, 오이, 쵸콜릿, 계란 등 필요할 때마다 원기 보충을 한다.
특히 개선문에서 삶은 계란을 소금에 찍어 먹는 맛은 꿀 맛이 따로 없다.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기울기는 매우 가팔라 진다.
개선문을 지나 드디어 天王샘.
이 곳에서 나오는 천연약수는 진주의 그 유명한 남강의 시발점이다.
물의 온도는 냉장고 속에서 막 꺼낸 정도이고
맛은 그 어느 약수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한 맛이다.
몸 속에 있는 질병이 모두 낫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천왕봉 ( 1,915m )이 보인다.
날씨가 우리를 도와 동서남북 사방으로 펼쳐진 산맥의 모습을 볼 수있게 해준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진을 몇 번이나 찍고 한적한 곳에 김밥을 먹으며 한참이나 쉬었다.
저 멀리 맨 뒤에 가장 높은 봉우리가 반야봉, 왼쪽옆 뾰족한 것이 노고단.
애들은 이곳에서도 Nintendo를 하였다.
이 건 내가 애들을 여기까지 데려오기 위한 약속이기도 했다.
그렇게 천왕봉에서 30분을 쉬고 하산한다.
내려가는 방향은 올라왔던곳과 약간 다른
제석봉 - 장터목 산장 – 중산리 계곡 방향으로 잡는다.
처음엔 내리막길이라 그런지 쉬웠다. 나중에는 평지에 가까운 능선도있다.
제석봉 근처에는 고사목이 참 많다.
천왕봉을 뒤로 하고
한참을 내려가는데 발에 열이 나고 몸이 지친다.
골짜기는 올라올 때보다 훨씬 길어 보인다.
폭포가 있는 곳에서 등산화를 벗고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나중에 알아보니 유암폭포~
물은 얼음물처럼 차갑다. 갑자기 겨울속으로 들어온 이 느낌 여름엔 잊지 못할 꺼야~
올라갈 때 쌓인 피로와 내려올 때 하중이 가중되어
산을 내려가는 게 결코 쉽지 않으며
오히려 더 힘들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재광이는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가서 그만 발이 삐고 만다.
이런 ! 좀 업어 주기도 하고 파스도 발라주기도 하고
쉬어 가기도 하지만 아직도 남은 거리는 약 3km나 된다.
겨우겨우 하산하지만 결코 쉬운 산이 아니다.
어느덧 오후 6시 경 다시 아침에 처음 출발했던 중산리에 도착했다.
약 10시간에 걸쳐 힘든 등반을 하고
애들에게 느낌을 물어보니 힘들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산을 무사히 등반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긍정적을 답을 한다.
그래 바로 이거거든…!!!
멀지 않은 미래에 지리산 종주를 한번 하자고 했더니
싫다고 서슴지않고 담박 대답한다.
그래도 나는 계속 설득할 것이다 그리고 갖은 방법으로 회유할 것이다.
너희들과 아름다운 산 지리산 종주를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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